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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이비피(TonEBP) 규명한 UNIST 생명과학부의 권혁무 교수
  • ■인터뷰 -간암의 발생 중요한 영향을 주는 유전자인 톤이비피(TonEBP) 규명한
  •    UNIST 생명과학부의 권혁무 교수

톤이비피 유전자가 당뇨병성 신증과 간암에도 영향 준다는 단서 잡아

당뇨병 발병 초기에 신증의 위험을 미리 예측 진단하고, 예방치료의 길 열려

울산대병원 박능화 교수가 제공한 296명의 간 시료 제공 공동연구 결실

 

- 톤이비피(TonEBP) 유전자 무엇이고, 원래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요.

톤이비피(TonEBP) 유전자는 1999년 제가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내과에 교수로 근무하면서 발견했습니다. 이 유전자는 두 개의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장에서 소변의 양을 정밀하게 조절하고, 면역세포가 염증에 대응해 반응하는 데 관여하는 것입니다.

신장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혈액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신장은 아주 정교한 유체공학적 구조를 가지고 소변의 양을 정밀하게 조절해 혈액과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합니다. 톤이비피는 소변의 양을 줄이는 여러 복잡한 과정을 조절하는 상위 인자로서 기능합니다. 따라서 톤이비피 유전자의 변이에 따라서 사람마다 혈압 차이가 나타납니다.

또한, 톤이비피 유전자는 대식세포라는 면역세포에서의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하면 대식세포 내에서 톤이비피가 증가하는데 그 결과 염증반응이 일어나면서 감염을 퇴치합니다.

저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비 심사위원을 하면서 당뇨병성 신증에 대한 연구 과제를 주로 맡았습니다. 이때 이 질병을 연구하려는 관심이 생겼고, 2011년 UNIST에 부임하고 한국연구재단에서 기초연구실 연구비를 수주하면서 톤이비피 유전자와 당뇨병성 신증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부터 따지면 10년 정도에 걸쳐 진행된 연구결과는 2018년 2월 미국신장의학회지(JASN)에 실렸는데요. 우리 몸에 고혈당이 지속되는 당뇨병이 발생하면, 톤이비피 유전자가 이를 감염으로 인식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는 내용입니다. 이 결과는 당뇨병성 신증의 예방과 치료에 기여할 수 있으며, 현재도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톤이비피(TonEBP) 유전자와 간암의 관계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요.

UNIST에는 ‘학부생 인턴십’이라는 제도가 있어 학부생도 실험실 소속으로 연구할 수 있습니다. 2012년 2학기에 3학년이던 이준호 학생이 들어와 흥미로운 발표를 하면서 이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매주 한 번씩 논문을 읽고 발표하는 ‘저널 클럽’에서 이준호 학생이 ‘염증질환’을 키워드로 논문을 찾다가 ‘염증이 간암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내놓았거든요. 저희 실험실에서 진행하는 염증질환 연구이면서, 조금은 거리가 있는 간암과 관련된 논문이었어요. 저도 흥미로워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톤이비피 유전자와 염증질환 사이에 관계가 있다면, 톤이비피 유전자와 간암도 관계가 있은 것일까?’하고요.

박능화 울산대병원 교수

그랬더니 이준호 학생이 9개월 걸리는 실험을 제안했습니다. 실험쥐로 톤이비피와 간암 사이의 관계를 밝혀보자는 거였어요. 학부생의 도전이었지만 저 역시 결과가 궁금했습니다. 그랬더니 2013년 말에 기가 막힌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톤이비피 발현을 억제하자 실험쥐의 암세포가 적게 나타났고 크기도 작았어요. 톤이비피 유전자가 당뇨병성 신증뿐 아니라 간암에도 영향을 준다는 단서를 잡은 것이죠. 진리 앞에서 나이나 학력, 경력이 모두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울산대병원과의 협업은 어떻게 시작됐는지요.

이준호 학생의 실험결과를 포스터로 만들어서 실험실 복도에 걸어뒀습니다. 그런데 울산의 바이오메디컬 산업 관련 회의 차 UNIST에 왔던 박능화 교수가 갑자기 그 앞에서 멈춰서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박 교수가 울산대병원 의사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박 교수가 “이거 간 아인교?”라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했죠. 그런데 그 사람이 그 자리에서 포스터를 다 읽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박능화 교수가 간암 전문의더라고요. 그걸 계기로 울산대병원과 협업이 시작됐습니다. 실험쥐가 아니라 암환자들의 데이터를 이용해 톤이비피 유전자의 영향을 살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박 교수가 제공한 296명의 간 시료는 버릴 것 없이 완벽했습니다. 절제하면서 훼손됐거나 보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실험할 수 없는데요. 간 시료를 받아보니 얼마나 철저하게 보관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게다가 환자의 발병 원인이나 수술 후 상황까지 꼼꼼하게 정리돼 그보다 더 좋은 자료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흔히 지방에서는 연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요. 울산대병원처럼 좋은 의사와 환자 자료를 가진 곳들도 있습니다. 저희들의 경우처럼 협업하기 시작하면 의외의 곳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울산표 연구’로 아주 멋진 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합니다.

- 울산대병원과 또 다른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지요.

울산대병원은 다른 병원이 가지지 못한 장점이 있는 곳입니다. 우선 울산에서 30년 이상 운영해왔고, 현대중공업의 직원들은 주로 이 병원을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또 울산의 암 환자 60%가 울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울산대병원에서는 한 사람의 질환을 비롯한 건강상태를 오랫동안 추적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다른 병원에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귀중한 자료입니다.

이준호 UNIST 생명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당뇨병성 신증 같은 질환은 보통 10~30년 동안 진행돼야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이 때문에 제대로 연구하려면 한 사람을 오랫동안 추적한 데이터가 필요한데요. 바로 이 자료를 울산대병원에서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울산대병원과 함께 ‘당뇨병성 신증 코호트 연구(Cohort study)’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코호트 연구는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에서 대상 질병 발생률을 살펴서 특정 요인과 질병 발생 관계를 조사하는 연구 방법입니다. 저희는 톤이비피 유전자 발현에 따른 집단을 나누고, 이 환자들의 게놈(유전체)를 깊이 조사해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변이를 밝히고자 합니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당뇨병 발병 초기에 신증의 위험을 미리 예측 진단하고, 예방치료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자로서는 황혼기라고 할 수 있는 나이에 또 다시 원대한 꿈을 같게 돼 스스로 굉장한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하나의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것을 추적해 질병 연구로까지 이어갈 수 있는 연구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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