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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사이언스 9월에 선정한 수필 시 단편 소설

노벨사이언스 9월에 선정한 수필 시 단편 소설 

    * 수필 부문 : 내가 섰던 그 자리에 - 김 기 성 (육군중장(예) 전2군단장)

    * 시 부문 : 터널인간 - 최 법 매 (시인, 수다사 주지)

    * 단편소설 부문 : 어떤 청첩장 -- 이 종 인 (수필가. 성호문학콘텐츠 회장)

 

* 수필부문 

내가 섰던 그 자리에

김 기 성 (육군중장(예) 전2군단장)

1950년 6월25일! 북한의 불법기습 남침으로 한반도가 피로 물들었던 6.25전쟁 제67주년을 맞는 오늘에 우리는 자유와 평화수호를 위해 굳건한 한미동맹의 틀 위에서 튼튼한 안보를 강화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속에 세계평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노골화된 핵능력 고도화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위협과 미사일 발사를 통한 무력시위로 한반도의 안보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더욱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매우 어려운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 우리 군은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한 치도 흔들림 없는 굳건한 안보태세를 유지하고 온 국민이 하나 되어 국민대통합을 위해 지혜와 슬기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지난날 조국의 안보일선에서 혼신을 다해 복무했었던 ‘쌍용군단’ 장병들의 초청으로 역대 군단장들이 최고의 전투력을 갖춘 후배 전우들과 만나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자랑스런 후배장병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군단의 핵심전력인 최정예 특공연대를 방문했다.

먼저, 부대에 전시된 미래전장을 주도할 각종 신무기들과 현대화된 장비와 물자로 무장한 특공용사들을 만나본 후, 이어서, 찌는 듯한 폭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수사불패의 투혼과 조국수호의 의지를 담은 매서운 눈초리 속에 적들의 간담을 서늘케 할 특공용사들의 하늘을 찌르는 함성과 함께 쏟아내는 특공무술은 자나깨나 이 나라의 철통같은 국가안보만을 걱정하고 있는 우리 노병들의 근심을 단숨에 날려버리게 해주는 믿음직하고 자랑스런 모습이었다.

무술시범이 끝나고 후배용사들과 식판에 가득담은 점심식사와 격의 없는 대화 속에서 이제 조국지킴이의 숭고한 사명은 이들이 훌륭히 이루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자신감 넘치는 파이팅 함성 속에 환송 인사를 받으며 믿음직한 후배들을 뒤로하고 군단을 떠나 올 수 있었다.

군단의 공식일정을 마치고 마침 이곳 ‘쌍용군단’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랑스런 군인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을 만나러 ㅇㅇ산 대대를 찾았다. 이 대대는 내가 반세기전 초임장교로 부임 후 대대작전장교로 근무하면서 시작한 아내와의 첫 보금자리였으며 수많은 추억과 땀이 어린 바로 그 자리에 이제 내 아들이 서 있기에 남다른 감회에 젖게 했다.

눈 녹은 산하에 이제 막 개나리 진달래가 망울을 터트려 점점 붉게 물들기 시작한 교통호를 걸으며 경계근무를 시작하였고 폭설로 키를 훌적 넘게 쌓인 눈 덮인 고지에 길을 뚫으며 사계절의 긴 나날을 전우들과 함께 누볐던 그 능선과 계곡! 내가 섰던 바로 그 고지, 그 자리에 이제 아비의 뒤를 이어 내 아들이 오직 조국수호의 소명을 이어받아 서 있다니...!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고맙고 대견한 일인가?

ㅇㅇ산 1073고지! 나의 지난 40년 군 생활의 첫걸음이 시작된 그 고지에 이제 내 아들이 눌러쓴 철모 밑에 두 눈을 부릅뜨고 북녘을 지켜보며 자랑스럽게 서있는 것이다. 반갑게 맞아주는 아들을 껴안으며 뜨겁게 나눈 포옹은 부자간의 진지교대 임무의 인수인계와 같은 굳은 맹세였다.

이제 내 뒤를 이어 또 다른 전선에 서있는 아들과 함께 우리 삼부자는 조국수호의 숭고한 사명을 현역으로써 또는 예비역으로써, 각자의 몫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이제는 반세기전 내가 지켰던 그때 그 자리를 사랑하는 아들에게 맡기고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이젠 내 아들들은 내 아들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아들임을 알게 되었다. 다시 한번 자랑스런 자유 대한민국 수호와 국군장병들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 단편소설 부문 

어떤 청첩장

이 종 인 (수필가. 성호문학콘텐츠 회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뭔데?"

 "문자로 청첩장이 하나 왔는데 어떡할지 모르겠다. 보낼 테니 회장님이 의견 좀 줘봐!"

 동창회 총무의 전화다. 날아든 청첩장이 낯익은 듯 낯설다.

 ‘엄종호ㆍ (고)김ㅇㅇ의 장남 엄성욱’

 ㆍㆍㆍㆍㆍㆍㆍ

먼저 우리 곁을 떠난  김ㅇㅇ는 같은 동네 살던 초등학교 동창이다. 여주 산골짜기 오십 여 호 남짓한 마을에 우리 동창은 열여덟 명이나 됐다. 유독 많았던 이유는 실제 나이보다 한두 해 늦게 들어간 친구도 여럿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그랬다. 김ㅇㅇ는 우리보다 한 살이 많았다.

'누가 보냈을까?‘

2년 전 2월의 어는 날, 동네 동창 몇몇이 곤지암 어느 서남쪽 방향 골짜기를 더듬어 올라가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높지 않은 산의 능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잔잔히 출렁이며 선을 긋는다. 마치병풍처럼 좀 더 넓게 보니 부채꼴이다.  겨울 끄트머리의  갈색 풍경에 골짜기 나목들 사이로 잔설이 희끗거린다. 아침 나절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은 봄을 재촉하고 있다. 계곡으로 들어갈수록 아늑하다. 제법 잘 지어진 저택들이 즐비한 걸 보니 여느 시골 마을은 아니다. 서울에서 지척이고 터가 좋으니 탤런트 등 돈 많은 사람들이 꽤 들어와 산단다. 오늘 이곳을 가는 목적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아 이곳에서 요양하고 있는 친구를 문병하기 위해서다. 

'이런 곳에 허름한 요양 터가 있을까?'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곳까지 왔다. 마을 회관이 보이고 제법 넓은 마당에 주차한다. 내려서 주위를 둘러 본다. 저쪽에 서쪽으로 등지고 앉아 있는 낡은 집 한 채가 있다. 슬레이트 지붕에 겨울 찬바람을 막기 위해 처마 밑으로 쳐 놓은 비닐로 뚱뚱하다. 마당 가운데는 널따란 허리 높이 쯤 되는 사각 테이블이 놓여 있다. 무언가 널어 말리려는 도구인 듯하다. 집 오른쪽으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오르막 길이 보이고 뒤로는 언덕이 받쳐주고 있다. 왼쪽으로는 삼십 여 평 쯤 되는 텃밭이 있다. 울타리도 없는 햇볕 잘 드는 집이다. 해토머리라 아직 모두 갈색이고 따뜻한 햇살은 봄을 재촉한다.

전화를 하니 처마 밑 비닐 중간이 열리고 친구가 나타난다. 햇살 받아 반가워 환하게 웃는 얼굴이지만 파리하게 병색이 완연하다. 몇 마디 함께 간 일행들과 반가운 인사를 하고 굴속 같은 집 안으로 들어선다. 툇마루에 나와 반기는 이들이 또 있다. 언니와 동생이다. 친구를 포함해 세자매가 방안에  따뜻한 바닥을 서로 권하며 자리 잡아 앉는다. 천정을 보니 서까래가 보이고 전기 줄이 왔다갔다 흰색 애자가 받쳐주고 있다. 천정의 그늘이 형광등 불빛과 함께 하여 방 전체가 어둑하다. 고향의 옛 시골집 모습이다.

친구는 간암의 끄트머리에 와 있다. 병원 치유의 한계를 알고 아들이 권하는 민간 식이요법으로 치료 중이다. 요양지로서 이곳은 가까이 사는 언니와 동생이 구했단다. 이야기가 같은 동네 살던 사오십년 전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귤도 까먹으며 커피도 마시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련한 이야기에 친구의 얼굴이 점점 밝아진다. 그녀의 말 속에 치유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엿보인다. 서른일곱, 서른다섯의 두 아들은 아직 미혼이다. 곡물을 비타민D 가득하게 바싹 말려서 병수발을 들고 있는 것은 둘째다. 남편은 천안에서 주말에 한 번씩 올라온다.

일어서서 마당으로 나왔다. 처음 마주쳤을 때보다 얼굴에 그늘이 많이 걷혔다. 더욱 따뜻해진 햇살은 모든 생명들에게 희망을 키운다. 여름에 하루 날 잡아 물 흐르는 그늘진 냇가에서 고기 구워 파티하자는 약속들이 오간다. 다음 만날 기약을 하며 돌아선다.  공허함 속에 함께 차에 탄 친구들은 말이 없다.

그해 유월의 어느 날 총무로 부터 급보가 날아왔다.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다. 천안까지 버스를 대절하여 문상을 갔다. 메르스'로 인하여 썰렁한 장례식장을 우리 동창들이 가득 채웠다.

잠깐 왔다 가는 삶이지 않은가!  친구의 영면을 기린다. 맞절하는 두 젊은 상주가 아들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크지 않은 키에 오종종했던 망자의 모습이 보인다. 저쪽에서 문상객과 얘기 중인 우리보다 훨씬 나이 많은 머리 벗어진 초라한 신랑도 보인다. 그와 인사한다.

열서너 명의 대인원이 자리 잡아 앉고, 곤지암 골짜기에서 함께 있었던 망자의 언니와 여동생도 합석한다. 그 골짜기에서 본 것이 불과 네 달 전인데 이렇게 무너진 희망 앞에서 서로 눈물을 글썽인다. 

자리를 일어선다. 동네 모임의 총무로서 열심이었던 친구다. 여자들의 중심축이었다.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때다. 함께 문상 간 친구들 중 남자도 몇이 섞여있다. 그 중 하나는 어린 날 그녀에 대한 사랑을 마음에 품기도 했다. 각자가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마음을 정리할 것이다. 추적이는 비는 망자의 아쉬운 이별의 눈물일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받지도 못 할 텐데 뭐 하러 가느냐는 말도 들렸다.  총무와 의논한 끝에 함께 가기로 했었다. 천안 남쪽 외곽에 위치한 한적하고 널따란 예식장이다. 11시 예식인데 아홉시 사십분 밖에 안됐다.  혹시 길 막힐까 하여 서울에서 삼십분 일찍 출발한 결과다.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셔도 여유 있는 시간이다. 열시도 안 된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예식장으로 향한다.

넓은 한 쪽 켠 편치 않은 의자에 앉아 함께 간 총무와 노닥이며 시간을 보낸다. 저쪽에서 반듯하게 차려입은 머리 벗겨진 노신사가 눈에 띈다. 왼쪽 가슴에 꽃을 꽂은 것을 보니 먼저 간 친구의 남편이다. 다가선다.

  "안녕하세요,  신랑 엄마의 초등학교 동창이에요"

  "아, 어이쿠 이렇게 오셨군요."

  "친구를 생각하면 신랑 손이라도 잡아줘야 될 것 같아서 이렇게 왔어요."

  "네, 고맙습니다."

  자그만 키에 잘 생겼다. 젊은 날 그녀가 반했을 만하다. 당시 장례식장에서의 초라한 모습은 한껏 화장한 모습에 어디에도 없다. 옛일을 추억하며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 그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직 그녀를 추억하며 뒤척이는 삶의 모습이 보인다.

  열시가 넘었다. 신랑 ‘엄성욱’을 찾아간다. 저 쪽 하객 맞이 카운터에 사람이 있다. 다가서니 둘이다. 진남색 연미복을 잘 차려입고 서성대는 사람이 신랑이다. 눈이 마주친다.

  "엄마 초등학교 친구야, 축하해!"

  "아, 네 감사합니다."

  "얼굴하고 눈이 꼭 너, 엄마다." 총무 말이다.

  "그러네. 똑같네." 내가 거든다. 이 말에 웃는 신랑의 모습은 꼭 그녀다.

  "안녕하세요." 카운터 접수대에 앉아있던 젊은이가 일어서며 인사한다.

  "제 동생이에요."

  "아, 그렇군."  

  함께 선 말쑥한 젊은이 두 얼굴에 그녀가 있다. 

축하 인사를 마치고 나오는 마음은 후련하고 발걸음은 가볍다. 주변 이야기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녀가 애지중지했던 아들들을 보고 싶었고, 정말 그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그녀는 나이 찬 아이들을 결혼 못시키고 떠나는 게 제일 안타깝다고 눈물  글썽였었다. 남쪽으로 향한 현관문을 나서니 햇살은 더욱 맑고 따뜻하다. 청첩장은 남편이 아니라 그녀가 보낸 거였다.

***

 

* 시부문 

터널인간

최 법 매 (시인, 수다사 주지)

터널 속으로 기차가 달리네

부끄럼 없이 텅텅 거리며 달리네

기다리는 임도 없건만

기차는 퉁텅 소리 자랑삼아

마구마구 달리네

 

놋주발 깨지는 소리에

흥을 돋우고 달리네

무표정한 허수아비가

내 가슴에 안기고

 

쇳덩이 자막을

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핏기 없는 얼굴들

푸른 동맥은 보이지 않고

검은 실핏줄만 보이네

 

자비라는 말은

저 먼 마실에서

신화(神話)처럼 들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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